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먹기 싫어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나이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똑같이 한 살씩 먹게 된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내 곁을 떠나게 되고, 나도 언젠가는 떠나게 된다.

아프지 않고 떠날 수 있으면 오죽 좋으련만. 누구나 그런 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기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개 앓다가 떠난다. 아파서 고생하는 본인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가족 역시 마음이 찢어진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그래서 그런 것일까. 요즘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에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들어가실 때는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이 스스로 상담 기관을 찾아가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한다. 작성할 수 있는 기관도 전국에 602곳이나 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안락사로 착각하기도 한다. 연명치료는 무엇이고, 안락사와는 무엇이 다르며,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1. 연명의료란?

먼저 연명의료가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잡아보자. “연명의료”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연명의료걸정법 제2조 4항)1. 여기서 “임종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제2조 1항).

그렇다면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는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환자를 직접 담당하는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한 사람 총 두 사람의 의학적 판단에 의한다.

2.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위에서 말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됨으로써, 19세 이상인 사람은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전자문서 포함)로 작성해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전연명의료에 관한 의향서 작성은 일시적인 기분에 휩쓸려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마지막 순간에 어떤 의료적 대응을 할 것인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심사숙고해 결정한 다음, 반드시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해야 한다.

▶︎ 유의 사항

  1. 신분증 지참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2.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한 후,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한다.
  3.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법적 효력은 연명의료 정보처리 시스템에 등록되어야 발생한다.
  4.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변경, 철회가 가능하다. 이때도 신분증을 갖고 가까운 등록기관을 방문하면 된다.
  5. 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국립 연명의료 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조회할 수 있다.
    •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 공인인증서나 휴대전화 인증으로 본인 확인 가능.

▶︎ 가까운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작성 가능 기관 찾기

▶︎ 내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조회하기

3.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와 차이

연명의료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 포함된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이 연명의료 거부를 안락사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안락사는 그 범위가 상당히 넓고, 연명의료 중단과 겹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핵심은 ‘중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에 있다. 죽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다.

연명의료 중단은 이와 달리, 억지로 목숨을 붙잡는(이름 그대로 연명) 의료행위를 멈춤으로써 순리적인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연명의료 중단은 멀쩡히 치료중인 환자가 고통스러워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연명의료에는 산소나 물, 영양 공급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고 해서 산소, 물, 영양 공급을 끊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3. 나의 입장

나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찬성하는 입장이다. 내가 살던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떠나는 것을 누군들 바라지 않을까. 낯설고 냉막한 곳에서 기계에 둘러싸인 채 홀로 의식 없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가 아플 때, 의식조차 없고 기계 없이는 곧 죽을 상황이라면, 우리 가족이 날 붙잡아 놓느라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보내주기 바란다.

이걸 자살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나간 거다. 어쩌면 자발적 안락사로 착각한 걸 수도 있다. 의료진의 판단 착오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려되는 것이 있다. 바로 사회 분위기의 변화다.

가족의 대리 결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지친 가족들이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은 연명치료에 한정되나,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알 수 없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락사를 찬성하는 비율이 76.3%나 된다고 한다. 2008, 2016년에는 50%였던 것이 1.5배 늘어난 것이다. 찬성 이유는 남은 삶이 무의미해서, 죽음에 대한 권리, 고통 경감, 가족의 고통과 부담이 꼽혔다.

하지만 이런 안락사는 남의 손, 그것도 의료진의 손을 빌린 자살이나 다름없다.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라니, 태어날 때도 내 마음대로 온 것이 아닌데, 어떻게 가는 게 자기 마음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세상에 올지말지, 어떤 부모를 고를지 결정하거나 선택할 수 없다. 죽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섭리다. 내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이런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옛 어른들은 ‘천수’를 누리기 바랬다. 천수(天壽)는 하늘이 내린 수명, 타고난 수명을 말한다. 사람 목숨은 늘릴 수도 없고 줄일 수도 없다. 지금 뭔가 하려고 한다면, 그것이 환자의 천수를 누리게 하는 일인가 아닌가를 먼저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연명이건 안락사건 인간은 겸손해져야 한다.

  1. 연명의료결정법은 약칭이며, 원래 명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