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고삼이 고등어 구이

영하 13도를 기록한 너무나 추웠던 지난 목요일. 무슨 일이었는지 점심때 고등어 구이를 먹자고 신촌 고삼이까지 20분을 걸었다. 두터운 패딩에 달린 후드까지 뒤집어 쓰고, 기모 바지를 꺼내 입고 손은 패딩 소매에서 꺼내지도 않고 뚜벅뚜벅 걸었다. 전날 쌓인 눈이 밟히면서 뽀독뽀독 소리를 냈다. 길 중간중간 빙판이라 미끄러질까 겁났다. 나중에 집에 오니, 얼마나 힘을 주고 걸었던지 등이랑 팔까지 아팠다.

신촌 고삼이 고등어구이

신촌 고삼이 고등어구이
신촌 고삼이 고등어구이

1시 가까이 되어서야 고삼이에 도착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후끈한 공기에 안경에 김이 서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쪽으로 오시라는 안내를 받고 들어가보니, 주방쪽 두 자리 빼고 만석이었다. 이곳은 주문을 식탁에 고정해놓은 터치 패널을 이용해 앉은 자리에서 그냥 한다. 카드 단말기 역할도 하기 때문에 결재도 주문과 동시에 이뤄진다. 단, 현금으로 결재할 때만 직원이 와서 주문 받는다.

고등어 구이 하나에 11,000원. 9,000원이었는데 2천원이나 올랐다. 삼치 구이도 하나에 13,000원이다. 우리는 고등어 구이만 두 개 주문했다. 주문하고 10분 정도 걸렸을까 싶은 시간에 고등어가 뚝딱 구워져 나왔다. 제법 실한 고등어가 엎어진채 나왔다. 먹어보니 짭잘한 간고등어다. 그냥 생물 고등어도 아니고 이정도 크기의 간고등어를 한 마리 다 먹기는 좀 무리였다.

맛있긴 한데, 짜다. 목이 막히니 국물을 떠먹어야 하는데, 미역국도 간간하다. 이집은 간에 대체로 센 편인가 보다. 곁들여 나온 김치와 오뎅조림, 젓갈은 먹어보지도 못했다. 삼치는 간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고 써놓은 걸 보니, 삼치는 소금을 치지 않고 구웠나 보다. 다음엔 삼치 하나 고등어 하나 시키던지, 아니면 고등어 하나에 순두부나 된장찌개를 하나 시키던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맛있고 커도 고등어 구이를 12,000원 가까이 주고 먹는 건 좀 과하지 않나 싶다. 고기를 먹으면 쌈채소도 함께 나오는데, 고등어를 먹자니 채소를 구경도 할 수 없어 아쉬웠다. 오징어 볶음을 먹었으면 채소도 나왔을까?

고삼이 메뉴

1인 1메뉴 주문이 원칙이고, 주문후 취소, 변경 불가다. 사실 주문하고 조금 있다 바로 나와 변경하거나 취소할 새도 없었다. 현금, 영수증, 포장은 직원에게 문의하면 된다.

  • 고등어 + 공기밥 11,000원
  • 삼치 + 공기밥 13,000원
  • 오징어볶음 + 공기밥 11,000원
  • 소불고기 + 공기밥 11,000원
  • 순두부찌개 + 공기밥 8,000원
  • 된장찌개 + 공기밥 7,000

고삼이 위치 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38
  • 023241403
  • 매일 오전 10:30 – 오후 9:00

글을 쓰려고 보니, 날이 추워서 스마트폰도 정신이 없었는지 고등어 구이 사진 한 장 빼고 사진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기온이 낮으면 배터리가 빛의 속도로 줄어드는 건 경험한 적 있지만, 이렇게 사진이 사라지는 일은 또 처음이다.

맛은 있지만,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다른 물가도 다 오르니 그러려니 하는 마음도 없진 않지만, 너무 오르긴 했다. 반마리씩 팔아도 난 좋을 것 같은데. 소식좌가 아닌 내가 먹기에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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