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득일까 실일까?

현재 우리 아파트는 입주한 지 20년이 넘어간다. 주변은 재개발이 끝나 과거의 영광은 끝나고 이제 늙어가는 아파트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참 집값이 고공 행진하던 2년 전, 그때부터 리모델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높은 집값, 낮은 이자율, 주변에 새로 지은 아파트는 그 바람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집값은 떨어지는 눈치고, 은행 이자는 높아져만 간다. 과연 아파트 리모델링은 득일까 실일까?

아파트 리모델링 득일까 실일까?

아파트 리모델링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재건축보다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지 않다. 새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보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새집을 장만하는 기회가 된다. 또 익숙한 동네에서 계속 살 수 있다. 그러나 따져봐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과연 아파트 리모델링이 지금 상황에서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잘 따져보고 찬반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주비 지원 법으로 금지

2022년 6월 10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었다. 이중 신설된 제132조 2항을 보면, 건설사(또는 등록사업자)가 조합과 시공 계약을 체결할 때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에 대한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신설됐다. 시행 시점은 지난 12월 10일부터였다.

건설사가 공사를 따내기 위해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을 막고 경쟁과 선정을 공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법 개정 전에도 국토부 고시로 금지하던 상황이었으나, 이제 이사비와 이주비·이주촉진비 제안 등의 행위가 원천 봉쇄된 것이다. 리모델링 아파트 소유주로서는 아무런 금전적 지원 없이 리모델링 비용을 각자 마련해야 하게 되었다.

아파트 리모델링 득일까 실일까?

높아진 대출이자

이제 리모델링 비용이나 이주비는 온전히 각자가 부담해야 한다. 돈을 쌓아놓고 살지 않는 이상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마련해야 할 텐데, 은행 이자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대출 이자는 사업장별로 다르나, 한 기사를 보면 5~6%, 또는 7%까지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 ▶︎ 이주비 대출 이젠 이자 내셔야 합니다 (조선 비즈)

10억짜리 집을 담보로 5억을 대출받는다면, 매년 이자만 3,000만 원 정도 부담해야한다. 다달이 2,500,000원이다. 3,4년 걸려서 입주한다면 이주비 이자만 9,000~12,000만원인 셈이다. ▶︎ 대출이자계산기

LTV 비율

LTV는 Loan to Value의 약자로 담보가치에 대한 대출 비율을 말한다. 서울 및 수도권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해당하므로 이 비율은 40%를 넘을 수 없다. 단, 2023년 올해 1월부터 무주택자 및 1주택자에 한해 재건축, 재개발 이주비 대출의 경우 50%로 조정된다. 아파트 담보가액이 10억이라면, 5억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떨어지는 집값

요즘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눈에 뜨인다. 집 값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서는 것은 앞으로 몇년간 보기 힘들지 않을까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금리가 상승하면 자산가치는 하락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계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도 3.6%에서 6.7%, 상품에 따라선 7%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한국 정책 당국자들은 집 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뭐가 어찌됐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가격은 올라가게 되어 있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영끌하다시피 빚을 내어 힘들게 내집 장만하느라 애 쓴 사람들은 더 힘들다.

집 값이 이렇게 떨어지는 추세다보니, 그렇게 돈을 들이고 고생해서 리모델링을 한다 한들 그만큼 수익을 거두게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울에서 4인 가족이 살 수 있는 5억 이하 전세 아파트 매물은 매우 귀할 것이다. 이자까지 생각하면 5억에 250만 원 짜리 월세 아파트에서 최소 3년 이상 살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이주비만 생각한 것이고, 리모델링 분담금까지 생각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집 값마저 하락세인 상황에서 수익은 커녕 멀쩡히 있던 집에서 쫓겨나기나 하는 것은 아닐까. 마땅한 소득이 없는 은퇴 어르신 대다수가 반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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