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추천합니다

“블로그를 추천합니다!” 2003년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많은 분께 블로그를 추천해왔습니다. 그동안의 직, 간접 경험으로 이런저런 좋은 점이 많아 블로그를 권해 왔습니다만, 블로그를 오래 계속하는 분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아무래도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어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검색을 통해 이 글까지 찾아오셨다면, 여러분들의 적극성과 자발성은 이미 충분하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추천합니다!

옛날 우리 어렸을 때는 처음 만나 혈액형이 뭐냐고 물어봤던 것처럼, 요즘은 MBTI를 묻곤 합니다.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자기와 얼마나 잘 맞을지 궁금해서입니다. MBTI 결과지 끄트머리에는 어울리는 직업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블로그에 어울리는 MBTI도 따로 있을까요?

블로그를 추천합니다
블로그를 추천합니다!

1. 블로그는 누구나 가능합니다

제 생각에는 글쓰기가 고문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MBTI는 물론이고, 남녀노소 직종에 관계 없이 누구나 블로그 운영이 가능합니다. 누구나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면서 나름대로의 경험이 쌓이고, 가치관이 생깁니다. 호, 불호가 쌓여 관심 분야가 생깁니다. 블로그는 그 모든 것을 자양분으로 해 키워가는 나무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세상에는 그렇게 많은 블로그가 있지만, 하나도 같은 블로그는 없습니다. 블로그는 그런 점에서 마치 지문과 같습니다.

2. 이래서 블로그를 추천합니다

전업 블로거가 아닌 이상, 블로그를 하기 위해선 없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과연 블로그를 하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어떤 점이 좋길래 자꾸 블로그를 하라고 할까요?

가. 개인 기록

블로그(blog)는 원래 ‘웹 로그(web log)’를 줄여 만든 말입니다. 은 원래 천을 둘둘 말아놓은 두루마리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인터넷에 사용자들끼리 서로 정보교환을 할 수 있는 www(world wide web) 공간이 생기면서 그걸 줄여 부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로그는 무엇일까요? 옛날 옛적 배를 타는 사람들은 항해 기록을 통나무에 남겼다고 합니다(대체 얼마나 옛날일까?). 블로그는 웹에 남기는 기록인 셈입니다.

이런 기록이 블로그에서는 시간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내가 만들어 놓은 카테고리며 태그에 따라 분류되는 것은 덤이구요. 게다가 검색도 됩니다. 그 어떤 다이어리나 수첩보다 성능 좋은 기록 수단입니다.

나. 정보 나눔

2022년 12월 22일, 신촌 고삼이에서 고등어구이를 먹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언제, 어디서, 얼마를 주고 먹었는데 간은 센 편이었고 양은 많았다. 위치는 어디더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내 취향대로 남긴 개인 기록입니다.

하지만 신촌 근처에서 생선구이 집을 찾거나, 고삼이 말은 들었는데 과연 어떤 곳인지 궁금한 사람에게는 귀중한 정보가 됩니다. 이렇게 블로그는 정보 나눔의 장이 됩니다. 짧은 시간을 내어 적어놓은 글이 다른 사람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보람 있는 일이 됩니다.

다. 나만의 아카식 도서관

블로그를 하다 보면 개인 기록뿐 아니라 관심사를 올리게 마련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뿐 아니라 궁금했던 것들을 공부해 잊지 말자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오래 쌓이다 보면 나만의 기록 저장소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오컬트에서 말하는 의미는 아니지만, 내 관심 분야에 대한 기록을 담은 정보 집합 도서관이 하나 마련됩니다.

라.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

이런 것들이 모이고 쌓이다 보면 ‘이 블로그는 이런 블로그 구나, 이 블로거는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정체성이 만들어집니다. 더 나아가 이력서나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하구요.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 활동을 통해 강의나 취업, 출간 기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직, 간접으로 겪은 경험입니다. 좋은 자리를 찾는 사람도 많지만, 좋은 사람을 찾아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블로그를 하지 않았으면 놓쳤을 기회였겠죠?

마. 개인 브랜딩

늘 우리 손을 떠나지 않는 스마트폰. 요즘 스마트폰은 옛날 수퍼 컴퓨터보다 성능이 좋습니다. 1993년 도입된 수퍼 컴퓨터 2호기는 메모리 4GB, 디스크 용량은 203GB에 불과1했습니다. 따라서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누구나 정보 소비자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우리 개인을 정보 소비뿐 아니라 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위치에 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소속된 곳이 아닌, ‘나’로 평가받고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의 땅에서 나를 브랜딩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고, 블로그는 그런 셀프 브랜딩에서 큰 역할을 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 나를 브랜드화하는 7단계

바. 그 밖의 부수입

블로그를 하다 보면, 위와 같은 굵직한 소득 외에 자잘한 부수입도 거둘 수 있습니다.

1) 글쓰기 실력 향상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리포트, 시험, 논술, 기획서, PPT, 하다못해 간단한 메모라도 모두 글쓰기 활동입니다.

블로그는 독백일 수도 있지만, 가상의 독자를 늘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활동입니다. 독자를 위해선 내가 쓴 글이 말이 되는지, 오탈자는 없는지, 맞춤법에는 맞는지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논리적이고 깔끔하게 글을 쓰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2) 경제적 소득

저는 블로그를 통한 체험단 활동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체험단 활동으로 생활 가전 장만이나 식음료를 제공받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또 애드센스로 대표되는 광고 수입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나 이글루스, 티스토리 같은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그렇지 않지만, 하루팁닷컴처럼 설치형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소액이라도 고정비용이 듭니다. 호스팅, 도메인, 인터넷, 전기료 등등 말이죠. 또 컴퓨터도 필요하죠.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모품입니다. 세월이 가면 새 걸로 바꿔줘야 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들어오는 수입으로 이런 데 드는 비용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비용을 충당하고 핑곗김에 때때로 기기도 바꿉니다. 개인적으로 소소하게 나가는 경조사 비용도 여기서 충당합니다. 경제적 소득이 블로그 하는 이유가 된다면 블로그 활동이 참 고달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소득은 블로그를 지속하게 하는 당근이 됩니다.

3) 보람

나만의 지식창고가 불어나는 뿌듯함, 정보를 올려 널리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보람. 블로그 활동에 필요하다는 핑계로 가끔 부리는 플렉스. 이런 모든 것들이 블로그를 하는 보람이 됩니다.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은 오래 하게 됩니다. 그만둘 이유가 없습니다.

4) 노후 준비 평생직장

그런 이유에서 블로그는 노후 준비, 평생직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1인 기업이 대세지만, 얼굴을 드러내고 하는 이상 나이 들면 은퇴라는 걸 하게 됩니다. 기력도 딸리고 상대도 부담스러워합니다.

저도 점점 나이 들어가는 형편이지만, 나이 든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이 지키는 가게에 들어가게 됩니다. 성급한 일반화는 금물이지만, 몇 번의 경험이 그렇게 만들더군요. 그런데 블로그는 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50인지 80인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고정비용이 들어간다고 했지만, 다른 활동에 비하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혹시 소득이 예상외로 너무 불어나 사업자등록을 낼 지경이 된다면 모를까요. 차라리 그렇게 되어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면 좋겠지요? 🙂


블로그를 하면 이렇게 좋은 점이 많습니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으셨다면, 아무래도 블로그를 시작해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이런 이유로 블로그를 추천합니다. 의심하지 마시고 일단 시작하세요. 그리고 여기 말씀드린 재미를 모두 느껴보세요. 혹시 빠진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그것도 나눔이 됩니다.

  1. 한국 슈퍼컴퓨터 30년, 어떻게 달라져왔나, K 공감, 2018.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