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크론 C2 레트로 키보드 사용후기
키크론 C2 레트로 키보드 사용후기 / 키크론 C2 레트로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했다. 핑계는 사무실에서 지급받은 컴퓨터가 노트북이었다는 것이었지만, 애당초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하고자 마음먹었던 진짜 이유는 매직 키보드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핑계 – 노트북을 지급받다
‘일하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데스크탑이지’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내게, 회사에서 준 것은 노트북이었다. 그것도 윈도우 10이 설치된 레노버 씽크패드.
워드 작업만 한다면 뭐 그닥 불만 없이 쓸 수 있겠지만, 엑셀 파일을 띄우려면 노트북 작은 화면에선 아무래도 무리다. 오피스 10에서는 파일이 하나만 열리는데, 편법을 써서 어찌어찌 나란히 두 개를 띄운다 해도 양 옆으로든 위아래든 볼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다. 그래서 적어도 24″ 모니터는 하나 따로 있어야 한다고 말해놨다(언제 사줄지는 모르겠다).
대신 거북목은 되지 말자고 집에서 쓰던 노트북 받침대를 가져다 받쳐놨다. 그리고 이걸 핑계로 그동안 노리기만 했던 기계식 키보드를 사버렸다.
키크론 C2 레트로 기계식 키보드 구입
그동안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고 매장에서 직접 만져보면서든 생각은 가격과 만족도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내게도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어차피 나 혼자 쓰는 키보드, 나만의 선정기준을 만들어보았다.
1. 맥- 윈도우 둘 다 쓸 수 있을 것
지금 당장은 사무실 노트북에 물려 쓰기 위한 거지만, 그렇다고 윈도우 용 키보드를 사게 되면 맥을 쓰는 내겐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언젠가 사무실에서 이 키보드가 필요 없게 되면 맥에 연결해 쓸 수 있도록 양쪽 다 쓸 수 있는 키보드여야 했다.
2. 풀배열 키보드일 것
엑셀로 일할 땐 역시 키보드 오른쪽에 숫자판이 있는 것이 편하다. 갑자기 독수리가 되어 콕콕 찍는 건 참 답답한 일이다. 단, 숫자 배열이 계산기처럼 되어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엑셀을 오랜만에 하면 자꾸 무심코 전화거는 것처럼 누르게 된다.
3. 치는 맛은 있되 소음은 심하지 않을 것
맨 처음 타이핑을 수동 타자기로 배웠다. 사랑은 타이핑 중이라는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 그런 타자기 말이다. 나중에 전동타자기와 워드프로세서, 컴퓨터를 차례로 사용하게 되면서 그때마다 다른 요령을 깨우치게 되었다.
맥이 매직 키보드를 도입하면서 나도 거기 적응하게 됐지만, 소위 ‘치는 맛’은 느낄 수 없었다. 어차피 사야 한다면 치는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그렇다고 소음이 심하면 안되는 것이, 지금 당장은 나 혼자 사무실을 쓰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만약 집에서 사용하게 되면 소음은 더 큰 문제다. 다른 식구들에게 방해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4. 빠릿빠릿하되 가격은 저렴할 것
반응도 좋고 빠릿빠릿해야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느긋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상당히 급한 성격인지라, 기계만큼은 빠릿해야 한다. 사람은 선택하기 어려워도 기계는 골라 쓸 수 있으니까.
진짜 이유 – 매직 키보드에 대한 불만
글 처음에 말한 것처럼, 이번에 키보드를 산 진짜 동기는 따로 있다. 바로 매직 키보드에 대한 불만이다. 맥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매직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대다수 공감할 것이다. 매직이란 말을 아무데나 붙이면 안된다는 것을.
첫째, 손가락 관절이 아프다. 물론 타이핑 습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처럼 피아노치듯 손끝으로 우다다다 치는 사람은 충격이 크다. 옛날 전동타자기 다루듯 살짝살짝 쳤으면 좋겠다 싶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람일뿐.
둘째, 답답하다. 분명 맥과 한 몸으로 나온 키보드인데 왜 재깍재깍 반응을 못하는 건지. 가장 심한 것은 한-영 전환이다. 새로 나온 M1 맥도 마찬가지다. 한글을 쓰는 인구가 적어 애플에선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한글 말고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
후기
앞서 말한 조건들을 꼽아볼 때 이번에 키크론 C2 레트로 풀배열 키보드를 산 것은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배송 온 상자를 집어드니 생각보다 묵직하다. 검은 상자를 열면 키보드 본품과 연결선, 윈도우용 키캡, 그리고 키캡을 뽑는데 쓰는 도구가 들어있다. 맥과 연결할 때는 그냥 연결하면 되고, 윈도우에서 사용할 때는 함께 들어있는 USB 변환 젠더를 끼워 연결하면 된다.
맥에 연결하면 숫자판 위에서 오른쪽 두 번째에 있는 Mac에, 윈도우에 연결하면 맨 오른쪽에 있는 Win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왜 굳이 ‘레트로’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했는데, 포장을 뜯고 보니 훅 느낌이 왔다. 90년대 파워맥 시절 키보드와 거의 똑같은 생김새다. 추억이 몽글몽글…. ㅎㅎ
아래 사진은 위키미디어에서 가져온 프라하 애플 뮤지엄에 있는 파워 매킨토시 (1997) 사진이다.
1. 스위치 하나로 맥-윈도 왔다 갔다
F1키 뒤쪽에 있는 스위치 하나로 맥과 윈도우를 오가며 사용할 수 있다. 꼽기만 하면 된다. 따로 뭘 설치할 필요가 없다.
2. 숫자판이 따로 있어 좋다
오른쪽에 숫자판이 있다는 건 정말 편하다. 어차피 책상에 두고 쓰는 물건인데 굳이 작고 가벼울 필요가 있나. 텐키리스 키보드는 깔끔하긴 한데, 일할 땐 편한게 최고다.
3. 타건감 good, 소리는 또각또각
기계식 키보드는 역시 치는 맛이 있다. 비슷하게 생겼어도 멤브레인 키보드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 이 키보드를 구입할 때 적축-청축-갈축 세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것은 갈축이었다. 치는 느낌이 확실하고, 칠 때마다 또각또각 소리가 경쾌하다. 청축만큼 소리가 크진 않지만 소리가 나는 건 사실이다.
청축은 치는 맛은 제대로인데 소음이 심하다. 갈축은 치는 맛과 소음을 동시에 잡은 하이브리드한 키보드다. 살짝 적축으로 끌리기도 했지만, 언젠가 잠시 만져본 기억에 갈축만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소음이 신경쓰인다면 적축이나 무접점 키보드를 택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적축도 시끄럽다면 기계식 키보드로는 안 되고 펜타그래프나 멤브레인을 써야겠지만.
4. 빠릿빠릿하되 저렴
빠릿하면서 저렴한 것은 역시 유선 키보드다. 무선 키보드는 선이 없으니 책상이 깔끔해 보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컴퓨터와 키보드 사이에 신호를 전달해주는 컨트롤러도 거쳐야 하고, 거리가 멀거나 장애물이 있으면 아무래도 느려진다.
그에 비해 유선은 컴퓨터와 키보드가 직접 연결되어 있으니 그런 염려가 없다. 가격 차이도 꽤 있었다.
집에서 멀티미디어용으로 사용하거나 외부 이동 때문에 무선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일하는 용은 어차피 붙박이라 용도를 구분해 따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5. 작은 손에도 무리 없음
내 손은 유난히 작아 11, 12살 정도 크기다. 피아노 한 옥타브가 겨우 잡힐 정도. 그래도 무리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
손가락 통증 문제는 좀 더 써 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나이도 먹어가니 쿵쿵 힘껏 치는 습관만 없애면 좋을 텐데. 너무 세게 치다가는 특히 새끼손가락에 무리가 올 것 같다. 물론 이건 다른 키보드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쪼록 무리 없이, 통증 없이 오래도록 일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6. 맥 한-영전환 문제 해결
그런데, 놀랍게도 새로 구입한 키보드로 답답했던 맥의 한-영전환 문제가 해결됐다. 새로 바꾼 이 키보드로 입력해 보니 아무 문제 없이 한-영 전환이 가능했다. 무슨 이유일까. 유선이라서 그런건 아닌 것 같다. 아이맥 뿐 아니라 맥북 프로, 맥북 에어에서도 있었던 문제였으니 말이다.
구입
이번에 키크론 C2 레트로 풀배열 기계식 유선 키보드를 산 곳은 네이버 쇼핑이었다. 원래는 쿠팡에서 로켓배송으로 받으려고 했는데, 네이버에서 타임딜이 걸려 좀 더 저렴했던 데다 다음날 도착 보장까지 되는 바람에 네이버 쇼핑을 선택하게 되었다.
혹시 필요한 분을 위해 두 군데 링크를 모두 남겨본다. 타임 딜이 된다면 네이버에서, 그렇지 않다면 쿠팡에서 둘 다 비교해 보고 합리적인 쪽을 골라 구입하면 되겠다.
네이버 쇼핑 최저가 ₩79,000 (제가 구입했을 땐 타임딜로 ₩58,000이었는데 글을 쓰는 지금은 타임딜이 풀린 상태네요) ▶︎ 네이버 쇼핑
쿠팡 로켓 배송 ₩66,750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